태안속풍경
태안속풍경3부 - 안면읍 신야리 조선 세곡길 ‘신야리’2017.03.05

이른 아침 정겨운 마을 풍경.

여느 시골마을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모두 겨울 날 채비에 들어갔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시골 분위기.

그런 가운데 새 생명을 만들어가는 민들레가 햇살에 비쳐 아름다움을 더한다.

하늘은 가을을 아직 보내지 않은 듯 높고도 푸르다.




[황포항]
햇살 내리는 소리가 들릴 만큼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소박하고 꾸밈없는 서해 바다 풍경이 펼쳐지고,
물이 빠져나간 자리엔 진한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듯 반짝이며 일렁이는 파도의 움직임이 경쾌하다.

이곳은 갯벌이 넓어 바지락과 굴 양식이 성하다.

물과 흙 그리고 생명체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곳 포구는
신야리 어민들의 소중한 터전이다.

바다가 맞닿아있는 태안 해변길 6코스, 샛별길을 따라 걷다보면
눈앞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보인다.

[쌀썩은 여]
이 마을에서 유래가 깊은 ‘쌀썩은 여’다.

여(礖)는 썰물 때에는 바닷물 위에 드러나다가 밀물 땐 바다에 잠기는 바위를 말한다.

조선시대에 호남 지방의 세곡을 바닷길로 운송하던 중 마을 앞에 있는 암초에 부딪혀 파선이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고 하는데,
이때 바다에 쏟아진 쌀이 썩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쌀썩은 여’다.

이름의 유래를 알고 보니, 바위 주변 파도가 더욱 거센 것처럼 느껴진다.

[줄밭머리]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걷다보면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나온다.
조용한 들녘의 풍요로움이 옛 고향의 정취를 더해준다.

이곳은 신석기 시대 쓰던 돌도끼와 돌칼 등이 출토된 곳이다.
발굴된 유물은 고남 ‘패총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농지를 개간하는 중에 돌밭에 줄(부추 충청도 사투리)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모양새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줄밭이 좋은 바닷가 머리’라는 의미다.

귓가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덕에 발걸음이 잰 듯이 가볍다.
따사로운 햇살이 추위를 잊게 해주고 메마른 감성을 어루만져준다.

[병술만]
줄밭머리는 특히 해변경관이 좋아 갯바위 낚시와 갯벌체험 등을 하러 많이들 찾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바지락 채취가 한창이다.

[연방죽]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는 샛별해변 길.
데크를 따라 올라가면 또다시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다.

파도가 다소 세차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바다 경치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조용하게 다가와 사뿐히 물만 던져놓고 돌아가는 바다 덕에
심란한 마음은 어느새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걷다 보면 바다를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는 해변길이 나온다.

곳곳에 데크와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어 걷는 내내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지고, 눈앞에는 바다경치가 한눈에 펼쳐진다.

나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곳에 앉아 잠시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은 듯싶다.

고요한 가운데 찰랑찰랑 물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아이의 노랫소리같아서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바닷가 벼랑 위에 잘 지어놓은 펜션들이 그림 같아서 마치 이국에 여행 온 듯 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샛별해수욕장]
샛별지역은 자연방파제로 바다를 막아 형성된 간척지로, 원래는 ‘새벌’ 혹은 ‘샛벌’로 불리다가 지금의 ‘샛별’이 되었다고 한다.

샛별처럼 반짝이는 조약돌과 맑은 물 그리고 한적한 모래사장을 거닐다 보면 바다 이름이 참으로 알맞게 느껴진다.

태안의 대표 묘목 ‘소나무’는
고맙게도 이곳에서도 해풍을 막아주며 곧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이
하루의 피로를 모두 날려주는 것만 같다.

‘솔향기길’을 걷는 것과 비교하면
‘바다해변길’은 신선한 재미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탁 트인 바다를 함께 볼 수 있어
여름에서 겨울로 계절도 장소도 바뀌었지만,
좋은 볼거리와 풍경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언제나 휴식과도 같다.

[뷰포인트]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감상에 젖어있는 사이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것처럼 둥근 해가 물위에 떠있다.

서해 노을이 하늘을 서서히 붉게 물들이고,
귀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게 감사해진다.

서해 낙조는 누구나 볼 수 있어도 언제나 보기는 힘들다.

그리고 해는 어느새 미련도 없이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숨어버린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인파로 인해 시끌벅적 붐비는 곳보다
가끔은 고요하고도 나만의 공간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더 좋을 때가 있다.

하이얀 비단 위에 노란 실 하나로 살포시 고운 문양을 그려놓은 것처럼,
무던함 속에서도 나름의 멋을 갖춘 마을, 신야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온화하고도 정겨운 마을 분위기가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여행을 해 나갈 것이다.